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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책

‘손상’의 변증법

by gun hee ^^ 2024. 10. 11.

‘손상’ 인문학으로 바라본 1960~70년대 한국의 지배와 저항

책소개

'손상' 인문학은 일반 독자는 물론 연구자들에게도 낯선 개념이다. 장애학의 문제의식과 방법론을 인문학으로 적극 수용하여 새롭게 만들어낸 개념이기 때문이다. 장애학에 따르면 우연히 발생하거나 선행하는 육체적 정신적 ‘손상’은 근대 이후 특정한 사회적 환경과 조건 속에서 ‘장애’가 되었다. 이 같은 장애화 과정은 기본적으로 장애인 문제에 적용 가능하며, 나아가 근대적 소외현상으로 다루어진다.

 

장애학의 문제의식과 방법론은 ‘비정상’적 대상들을 주목하고 근대와 ‘정상성’의 관계를 끊임없이 질문해왔다. 여기서 ‘손상’ 인문학 개념이 도출되었다. ‘손상’ 인문학은 근대가 ‘손상’으로 구성한 것들이 특정한 사회적 환경과 조건 속에서 장애화되는 과정을 ‘정상성’에 대한 비판 및 성찰을 통해 탐구하는 인문학적, 역사학적 방법이다.

 

냉전하 한국에서는 장기간 권위주의 통치가 이루어졌다. 권위주의 시대 권력의 지배는 물리적 폭력 및 강압과 더불어 헤게모니, 규율, 통치성, 문화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관철되었다. ‘손상’의 장애화도 권력의 지배 방식 중 하나였다. 권력에 대한 직접적인 저항뿐만 아니라 권력을 위협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손상’, 즉 ‘비정상’으로 규정되었다. 그리고 권력이 제시한 ‘정상성’은 이데올로기적으로, 담론적으로 사회 곳곳에 뿌리내렸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위계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손상’이 발생했다. 하지만 그것은 일방향적인 것이 아니었다. 지배의 관철 과정에서 무수한 균열과 모순이 발생했고, 그 균열과 모순을 따라 주체의 능동적인 저항이 일어났다. 이 책은 이 같은 지배와 저항의 관계를 ‘손상’ 인문학의 문제의식과 관점에서 변증법적으로 파악하고자 했다.

 

 

 
‘손상’의변증법
‘손상’ 인문학은 일반 독자는 물론 연구자들에게도 낯선 개념이다. 장애학의 문제의식과 방법론을 인문학으로 적극 수용하여 새롭게 만들어낸 개념이기 때문이다. 장애학에 따르면 우연히 발생하거나 선행하는 육체적 정신적 ‘손상’은 근대 이후 특정한 사회적 환경과 조건 속에서 ‘장애’가 되었다. 이 같은 장애화 과정은 기본적으로 장애인 문제에 적용 가능하며, 나아가 근대적 소외현상으로 다루어진다. 장애학의 문제의식과 방법론은 ‘비정상’적 대상들을 주목하고 근대와 ‘정상성’의 관계를 끊임없이 질문해왔다. 여기서 ‘손상’ 인문학 개념이 도출되었다. ‘손상’ 인문학은 근대가 ‘손상’으로 구성한 것들이 특정한 사회적 환경과 조건 속에서 장애화되는 과정을 ‘정상성’에 대한 비판 및 성찰을 통해 탐구하는 인문학적, 역사학적 방법이다. 냉전하 한국에서는 장기간 권위주의 통치가 이루어졌다. 권위주의 시대 권력의 지배는 물리적 폭력 및 강압과 더불어 헤게모니, 규율, 통치성, 문화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관철되었다. ‘손상’의 장애화도 권력의 지배 방식 중 하나였다. 권력에 대한 직접적인 저항뿐만 아니라 권력을 위협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손상’, 즉 ‘비정상’으로 규정되었다. 그리고 권력이 제시한 ‘정상성’은 이데올로기적으로, 담론적으로 사회 곳곳에 뿌리내렸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위계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손상’이 발생했다. 하지만 그것은 일방향적인 것이 아니었다. 지배의 관철 과정에서 무수한 균열과 모순이 발생했고, 그 균열과 모순을 따라 주체의 능동적인 저항이 일어났다. 이 책은 이 같은 지배와 저항의 관계를 ‘손상’ 인문학의 문제의식과 관점에서 변증법적으로 파악하고자 했다.
저자
오제연
출판
역사비평사
출판일
2024.05.30

 

 

 

‘손상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손상이 장애로, 나아가 소외가 되는 시대, 비정상과 정상의 재조명


‘손상’ 인문학은 일반 독자는 물론 연구자들에게도 낯선 개념이다. 장애학의 문제의식과 방법론을 인문학으로 적극 수용하여 새롭게 만들어낸 개념이기 때문이다. 장애학에 따르면 우연히 발생하거나 선행하는 육체적 정신적 ‘손상’은 근대 이후 특정한 사회적 환경과 조건 속에서 ‘장애’가 되었다. 이 같은 장애화 과정은 기본적으로 장애인 문제에 적용 가능하며, 나아가 근대적 소외현상으로 다루어진다.


장애학의 문제의식과 방법론은 ‘비정상’적 대상들을 주목하고 근대와 ‘정상성’의 관계를 끊임없이 질문해왔다. 여기서 ‘손상’ 인문학 개념이 도출되었다. ‘손상’ 인문학은 근대가 ‘손상’으로 구성한 것들이 특정한 사회적 환경과 조건 속에서 장애화되는 과정을 ‘정상성’에 대한 비판 및 성찰을 통해 탐구하는 인문학적, 역사학적 방법이다.


냉전하 한국에서는 장기간 권위주의 통치가 이루어졌다. 권위주의 시대 권력의 지배는 물리적 폭력 및 강압과 더불어 헤게모니, 규율, 통치성, 문화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관철되었다. ‘손상’의 장애화도 권력의 지배 방식 중 하나였다. 권력에 대한 직접적인 저항뿐만 아니라 권력을 위협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손상’, 즉 ‘비정상’으로 규정되었다. 그리고 권력이 제시한 ‘정상성’은 이데올로기적으로, 담론적으로 사회 곳곳에 뿌리내렸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위계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손상’이 발생했다. 하지만 그것은 일방향적인 것이 아니었다. 지배의 관철 과정에서 무수한 균열과 모순이 발생했고, 그 균열과 모순을 따라 주체의 능동적인 저항이 일어났다. 이 책은 이 같은 지배와 저항의 관계를 ‘손상’ 인문학의 문제의식과 관점에서 변증법적으로 파악하고자 했다.

 

 

손상된 대학생
―1960 ~ 70년대 저항의 주역, 남/녀 대학생의 손상과 저항

 

70년대 한국에서 권력에 맞서 가장 선도적으로 저항했던 주체는 대학생이었다. 1960년 4월혁명은 대학생이 저항의 주체로 우뚝 서서 이후 약 30년간 이어지는 ‘학생운동의 시대’를 연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손상’이 발생했다. 4월혁명에는 남학생뿐만 아니라 여학생도 참여했고 많은 희생을 당했다. 하지만, 그들은 특히 여대생들은 남학생 중심의 운동 네트워크에서 소외되면서 철저하게 주변화되었고, 오히려 사회 전반에 만연한 여성 혐오의 분위기 속에서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여학생의 ‘손상’이 사회 전반의 편견 속에서 이루어졌다면, 남학생의 ‘손상’은 권력에 의해 더 직접적으로 가해졌다. 한반도 안보위기를 겪으며 1969년에 부활한 학생 군사훈련, 즉 교련은 1971년 대학에서 크게 강화되고 제도화되면서 남학생들을 압박하였다. 같은 시기 창설된 향토예비군과 함께 군 현역 복무 앞뒤에 배치된 교련은 남학생의 생애 주기적인 군대 사이클을 형성했다. 이는 그 시대의 ‘정상’이 되었고, 반면 이에 대한 저항은 ‘비정상’이 되었다.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강제징집 혹은 그 위협으로 대학생의 몸을 더욱 옥죄는 것이었다.

 

 

손상된 지식인
―정치교수라는 낙인, 배후세력이라는 누명


권력에 의한 ‘손상’은 비단 대학생에게만 가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당대의 비판적 지식인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손상’을 입었다. 1965년 박정희 정권이 많은 반대 속에서도 한일협정을 체결하자 2백여 명의 대학교수들은 이에 반대하며 국회 비준 거부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정권은 이들 교수를 ‘정치교수’로 낙인찍는 방식으로 가혹하게 탄압했다. 지식인의 정치 관여는 ‘비정상’으로 간주되어 배격되었다. 또한 지배 권력이 저항을 탄압하는 과정에서 공안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였는데 여기에도 많은 지식인이 연루되었다. 그들은 특히 학생운동의 ‘배후’로 지목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때 어김없이 ‘북한’과 연계되었다. 1967년 동백림 사건을 통해 그 전형이 완성된 ‘북한→지식인→학생’으로 이어지는 배후와 연결고리는, 냉전과 분단체제하에서 권위주의 정권이 지식인에게 ‘손상’을 가하여 저항을 탄압하는 일반적인 방식이었다.

 

 

손상된 민중
―전태일의 시대, 빈곤과 편견에 갇힌 이들의 외침


이 시절 대학생과 지식인보다 더 큰 ‘손상’을 받은 사람들은 민중이었다. 그들은 권력에 의한 ‘손상’뿐만 아니라 사회적 편견, 특히 엘리트의 편견에 의해서도 많은 ‘손상’을 입었다. 1960년 4월혁명 당시 대학생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시위에 나서고 또 많은 희생을 당한 사람이 바로 고학생과 도시하층민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과격한 행동은 권력과 엘리트가 공유한 사회 질서 유지, 안정이라는 ‘정상성’에 의해 ‘손상’으로 간주되어 비판받았다. 그리고 4월혁명의 기억 속에서 배제되고 사라져갔다. 이후에도 민중에게 가해지는 ‘손상’은 계속되었다. 1970년 전태일의 분신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애초 권력과 사회가 요구한 ‘정상성’에 맞춰 성실한 노동자가 됨으로써 성공을 꿈꿨던 전태일은, 그러나 곧 열악한 노동 현실을 직시하고 고뇌하며 각성하고 결단하였다. 그는 자신과 노동자들이 당한 ‘손상’을 분신을 통해 극적으로 드러내며 저항하였다.

 

 

손상된 인식
―순치와 통제의 언어, 유언비어로 떠도는 저항의 언어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도 ‘손상’은 끊임없이 발생했다. 1960년대 중반 박정희 정권은 베트남전쟁에 한국군을 파병했다. 그리고 이를 사회 통제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했다. 베트남에 대학생 위문단을 파견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대학생 위문단은 박정희 정권의 조국 근대화 사업의 정당성과 성과를 선전하는 데 주목적이 있었다. 이를 통해 박정희 정권은 그동안 정권의 존립 자체를 위협했던 대학생을 순치하고자 했다.


또한 1970년대 유신체제하에서는 긴급조치와 같은 항시적인 억압 속에서 정부나 언론을 통해서는 알 수 없는 그럴듯한 이야기들이 사회 전반에 퍼져 나갔다. 박정희 정권은 이를 ‘유언비어’라 하여 사회적 ‘손상’으로 간주하고 끊임없이 단속하였다. 하지만 유언비어는 자유와 정의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공감대’ 속에서 쉽게 확산될 수 있었다. 1970년대 유언비어는 잠재된 여론이자 저항의 잠재력이었다.

 

 

역사비평의 새로운 학술서 시리즈 ‘와이비 아카이브’
―시대와 지역의 한계를 두지 않는 지식의 아카이빙


역사비평사의 유서 깊은 총서 시리즈 “역비 한국학연구총서”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43권에 이르는 묵직한 한국학 저작들을 펴냄으로써 21세기 한국학 지식과 담론을 선도하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다만 ‘한국학’이라는 범주를 설정함으로써 전통적인 학제상 ‘한국사’로 분류되는 연구들 외에 분과학문을 뛰어넘거나 가로지르는 기민한 연구성과들을 담아내는 데는 일정한 한계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에 새롭게 선보이는 학술 시리즈 ‘와이비 아카이브’는 시대적으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지리적으로 동서양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학문 분과의 구분에서도 자유롭게, 동시대 연구자들의 다양한 문제의식과 그에 기반한 연구들을 종횡무진 모아내고자 한다. ‘출판시장의 침체’와 ‘학문의 위기’가 회자되는 오늘날, 진지한 학문적 탐구의 노작들을 하나하나 아카이빙하는 과정에서 위기를 넘어서는 희망을 찾고자 한다.